반복해서 보고 또 봐도 절대 질리지 않는것은 무엇이 있을까? 석사때까지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시'로 박사 진학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나에겐 '시'였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유독 좋아했었는데, 여백의 매력이 강렬해서 인지,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 볼때 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곤 했었다.
무엇인가 한번 본 것을 또 보고 싶어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부하지 않기 때문이고, 볼때마다 다른 것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박사 1학년들 수업의 TA를 하고 있다. 개론 과목이기 때문에, 내가 1-2학년때즈음 아주 많이 듣고 공부했던 것들이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강의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몇년이 지나고 다시 찾은 이론들. 연구들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도 신선하고 흥미 진진하다. 어떤 이론은 그 이름을 들어 본지도 몇년 된 것들이고, 어떤 연구는 1학년 수업때 읽고 다시 읽어 본적 없는 페이퍼들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바로 이 이론"을 더 자세히 공부해서라기 보다는, 혹은 "이 페이퍼를 몇번 더 읽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다른 부분의 연구를 몇년 해 나가다 보니, 이제 기본 이론들을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것 같다.
1학년때 개론 수업들은 유명한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이해하기가 벅찼다. 어떤 주장들은 그 자체가 매우 난해했고, 많은 경우 주장은 뚜렷하게 알겠는데, 그것을 입증하는 언어현상적. 실험 증거들을 이해하고 그 논리를 주장과 연결시키는게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모두 "이해"의 문제였다.
"내것"이 정말 되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이해"는 됐다고 생각하는 이론들을 몇년 후 TA라는 좋은 기회로 다시 찾게 되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론들이 아주 재미나다. 매 시간 이론들이 새롭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똑똑한 사람들은 이미 1학년때 이런 느낌으로 수업을 받았을까? 난 1학년 수업이 엄청나게 힘든 고난이었는데 말이다... 그땐 솔직히 말해 재미있는게 뭔지도 몰랐던것 같고, 잘해봤자 이해만 가지 크게 재미도 없어, 이 전공이 나랑 맞지 않는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했던가. 무언가를 이해한 상태는 아마도 머리에서 불이 켜진 상태일테니까, 켜진 불도 다시 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이해했다고 생각한 부분들, 너무 기본적인 이론들, 수만번을 들어본 전공 분야의 정석들을, 어느 정도 연구라는 것을 좀 해 본 후에 다시 방문해 보면 새롭고 또 새롭다. 아마 또 1년 후쯤 이런 이론들을 읽으면 또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 확신이 든다.
분야를 뒤흔든 큰 줄기의 이론들. 큰 페이퍼들은 잘 모셔 두었다가 시간 간격을 띄엄 띄엄 두며 재미삼아 가끔씩 꼭 다시 읽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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