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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해서 보고 또 봐도 절대 질리지 않는것은 무엇이 있을까? 석사때까지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시'로 박사 진학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나에겐 '시'였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유독 좋아했었는데, 여백의 매력이 강렬해서 인지,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 볼때 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곤 했었다. 

무엇인가 한번 본 것을 또 보고 싶어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부하지 않기 때문이고, 볼때마다 다른 것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박사 1학년들 수업의 TA를 하고 있다. 개론 과목이기 때문에, 내가 1-2학년때즈음 아주 많이 듣고 공부했던 것들이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강의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몇년이 지나고 다시 찾은 이론들. 연구들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도 신선하고 흥미 진진하다. 어떤 이론은 그 이름을 들어 본지도 몇년 된 것들이고, 어떤 연구는 1학년 수업때 읽고 다시 읽어 본적 없는 페이퍼들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바로 이 이론"을 더 자세히 공부해서라기 보다는, 혹은 "이 페이퍼를 몇번 더 읽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다른 부분의 연구를 몇년 해 나가다 보니, 이제 기본 이론들을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것 같다. 

1학년때 개론 수업들은 유명한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이해하기가 벅찼다. 어떤 주장들은 그 자체가 매우 난해했고, 많은 경우 주장은 뚜렷하게 알겠는데, 그것을 입증하는 언어현상적. 실험 증거들을 이해하고 그 논리를 주장과 연결시키는게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모두 "이해"의 문제였다. 

"내것"이 정말 되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이해"는 됐다고 생각하는 이론들을 몇년 후 TA라는 좋은 기회로 다시 찾게 되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론들이 아주 재미나다. 매 시간 이론들이 새롭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똑똑한 사람들은 이미 1학년때 이런 느낌으로 수업을 받았을까? 난 1학년 수업이 엄청나게 힘든 고난이었는데 말이다... 그땐 솔직히 말해 재미있는게 뭔지도 몰랐던것 같고, 잘해봤자 이해만 가지 크게 재미도 없어, 이 전공이 나랑 맞지 않는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했던가. 무언가를 이해한 상태는 아마도 머리에서 불이 켜진 상태일테니까, 켜진 불도 다시 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이해했다고 생각한 부분들, 너무 기본적인 이론들, 수만번을 들어본 전공 분야의 정석들을, 어느 정도 연구라는 것을 좀 해 본 후에 다시 방문해 보면 새롭고 또 새롭다. 아마 또 1년 후쯤 이런 이론들을 읽으면 또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 확신이 든다. 

분야를 뒤흔든 큰 줄기의 이론들. 큰 페이퍼들은 잘 모셔 두었다가 시간 간격을 띄엄 띄엄 두며 재미삼아 가끔씩 꼭 다시 읽어 볼 일이다.  





Posted by 영아!

4년간 대학원생 삶을 살아오면서 매일처럼 묘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었다. 삶이 정돈이 안된다. 중고등학교때는 할 일을 계획하고 끝내기를 꽤나 척척 해 냈었고, 대학이나 한국에서의 석사과정에서도 그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언제까지 무엇을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정돈된 삶이 안정감을 주었고,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삶이 꽤 잘돌아가고 있는것 처럼 느꼈다. 

미국에서의 박사과정 4년. 내가 게을러 졌나 의심도 해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나 고민도 해 봤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하나 하나 착착 마무리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그 쉬운 과정이 눈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 삶에 남아 있는 '할 일' 만 수십가지다. 아직 마무리 못한 generals paper (qualifying exam 같은 것) 하나를 써야 하고, 페이퍼 두개 수정을 해서 저널에 보내야 하고, 계획하고 있는 실험 하나 설계를 마쳐야 하고, 지난주에 결과가 나온 실험 분석을 해야 하고, 적합한 통계 분석을 잘 몰라 미뤄논 페이퍼 하나의 통계부분도 써야 하고, 2주 후 부탁받은 톡 준비도 해야 하고, 5월에 학회에 페이퍼도 내야 하고... 이정도가 4월 안에 해야 할 주요한 일들이다.    

물론, 여기다가 자잘한 숙제들과 연구아닌 삶의 잡무까지 더 해져야 져야 한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은행에서 1시간 반을 보내고 왔다. 

낯선 땅에서 혼자 연구도 해야 하고, 살아도 가야 하니 분명 엄청난 원더 우먼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나보다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교육은 멀티 플레이러로 우리를 꽤 잘 훈련시켜 주었다. 고등학교때 중간고사 13과목, 기말 고사가 16과목이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멀티 플레이어 였다. 

그럼에도 왜 박사 과정에서의 멀티 플레이는 예전의 그것과 비교가 안되게 벅차게 느껴질까. 중고등학교때 시험 기간 중에는 오전에 시험만 치르고 집에 일찍 왔는데, 점심 먹고 한숨 잔 후 오후에 다음날 시험을 치를 몇 과목 준비를 시작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사실 그렇게 하는게 훨씬 효율적인 과목들이 몇 있었다. 단기로 집중해서 바로 전날 달달달 외워야 백점맞는 그런 과목들. 여태껏 내 삶을 채워왔던 "여러가지 일들"은 많은 부분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간편한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박사 과정 학생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일들"은 단 하나도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 보다 싶다. '연구가 다 됐고, 결론도 나왔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무색한 말인지, 페이퍼를 써 본 대학원 생들은 절실히 느낄 것이다. 다 된 연구라도 그것을 써 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그래서 하나 하나 일들이 빠른 시간에 척척 처리하기가 참 힘든 것이 대학원  연구의 큰 특징인것 같다.   

스스로 계획하고 그것을 잘 지키고, 그러면서 느꼈던 어떤 희열이 삶에서 참 많이 희미해 졌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자존감을 상실하고, 삶이 헝클어진 채 삐걱거리고 있다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할일들이 꾸역 꾸역 쌓여진 수레에 목이 메달려 질질 끌려가는 행태라고나 할까.  

그러나 몇년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이제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라는 일은 2주안에 후딱 끝내고, 다시는 안쳐다 봐도 되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 일들이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은 채 삶에 진드기 처럼 계속 붙어 있는것이 어쩌면 연구라는 것의 본질이 아닐까. 

스스로 정말 게으르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될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내 스스로를 믿고 있고, 매일을 성실히 걸어가고 있는데도, 삶이 정돈되지 않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예전과는 달라진 삶의 색깔 자체를 이제는 받아 들어야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다소간 어지러운,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리고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삶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때, 안정된 마음으로 길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성경의 구절이라고 하던데,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적으며, 어지러운 삶 앞에서 웃어본다.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Posted by 영아!

일이 바빠도 둘이 꼭 떼어 놓는 여가 시간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토요일 한 나절은 반드시 비워서 운동을 가고, 또 다른 하나는 일주일에 하나 한국 티비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며 느끼는 바도 많고, 음악도 좋아하는지라, 예전에는 나 가수, 요즘은 k팝 스타를 고정으로 보고 있다.

문자 투표는 할 수 없지만, 예전부터 맘속으로 열심히 응원하는 한 참가자가 있는데, 이승훈 군이다. 이승훈 군의 오늘 무대 '어머니의 된장국'은 여느 때 보다도 정말 큰 감동의 무대었다. 물론 춤을 잘추고,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개구쟁이 같이 웃는 모습도 귀엽고, 정말 성실하지 않으면 꾸밀 수 없는 무대를 매주 선보인다는 것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고픈 승훈군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승훈군의 무대는 '별 용기 없이 성실히만 걸어온 무늬 좋은 박사 과정 학생'인 나에게 정말 가슴 깊은 가르침을 선사 한다. 

가수 = 노래 잘 하는 사람 이라는 상식을 뒤로하고, 내민 승훈군의 도전장이 우선은 참 아름답다박사 이상의 연구자는 "다 잘하는 사람" 보다는, '자기 전공 중에서도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것이기 때문에, 모든 연구자들은 자신의 주 전공이 있게 마련이다. 그 주 전공을 선택 할 때, 최소한 내 자신을 돌아보면, "이미 잘 아는것", 그래서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것", 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었다. 

'안정'과 '재기 발랄함'은 보통 함께 가기 힘든 두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이미 잘 아는 분야의 지식을 생각지도 못한 새 분야에 용감히 뛰어들어 접목 시켰을때 나올 수 있는 재기 발랄함은 겉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지닌다. 예를 들어, 작곡을 전공하고 언어학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 녀석이 툭툭던지는 말이 가끔 눈을 띠용하게 만드는 그런 경우라고나 할까. 학문이 진지하고 고리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제대로 잘 된 연구들은 그 톡톡 튀는 재기 발랄함이 여느 코메디 프로 못지 않게 아주 맛깔 스럽다. "노래 못하는" 승훈군이 "가수 오디션"에 용감하게 접근한 새로운 방식이 그래서 그리도 매력적인가 보다. 

그리고 오늘 승훈군이 심사 평을 들으며 서 있는데, 눈물이 맺혀 있는 듯 했다. 노래 선수들 틈에서 생존하기 위해, 승훈군은 사실 노래아닌 그냥 좀 다른 것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노래가 주제인 대회에서 노래가 주는 감동을 모두 덮쳐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것을 갖고 나와야 한다. 오늘 승훈군은 가사를 쓰고, 무대를 짜고, 안무를 연습하며 밤을 샜던 시간이 다 스쳐 지나가 그런 눈물을 보이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눈에 새롭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드는 화려한 결과물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서는 굉장히 처절한 과정이 있어야 함을 아는, 인내. 또 인내가 덕목이 되는 연구하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일까, 승훈군의 눈물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엉뚱한 꿈일까? 승훈군 같은 예상치 못한 멋진 참가자가 우승자가 되는 꿈을 꿔 본다. 이 세상에 제 뜻을 굳게 세우고, 가지 않는 길을 가고, 그 길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노력해 온 사람들이 많이들 우뚝 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먼 곳에서 늙은 (?) 누나가 ^^ 승훈군에게 뜨겁고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영아!

퇴근길 집앞에 배달된 작은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지난 주 우리집에서 머물렀던, 내년에 우리과 신입생이 될 학생이 보내온 선물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학생을 선발 후, 'open house' 라는 기간을 정해 합격생들에게 학교를 방문 하도록 권한다. 여행비의 대부분이 학과에서 지원되고, 신입생들은 교수님, 재학생들을 만나고, 수업을 들으며, 학교를 직접 체험 하는 기간이다. 누구의 말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이 직접 학교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이기 때문에, 여러군데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기간이다. 

(한국에서 거리가 너무 멀다는 핑계로 학교 방문을 하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지원할 학생들은 꼭 이 기간에 학교를 방문해 보길 권합니다.이 기간은 (자비를 별로 들이지 않고) 유학 전 어떤 것을 준비 해야 하는지, 이곳 생활은 어떠한지 정말 면밀히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입니다.)

open house 기간동안 신입생들은 자원한 재학생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방은 하나밖에 없지만, 마루에 펴면 침대가 되는 쇼파도 하나 있고, 한명이 머물기는 넉넉하겠다 싶어 자원을 했는데, 덩치가 크고 말수가 적고 웃을 때 참 순수해 보이는 순딩이 같은 친구가 왔었다. 학교 몇군데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우리학교를 최종 선택했다는 소식을 받고 기뻤다. 그런데 오늘, 그 친구가 자신이 사는 도시의 맛있는 빵집에서 빵을 갖가지 종류로 담아 배달을 해 준것이다.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오늘 이 선물은 맛난 빵맛 이상으로 큰 깨달음을 주었다. 


대부분의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주는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과도 마찬가지이며, "먹고 살수 있을 만큼" 돈을 충분히 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돈 신경 쓰지 않고 학업에 매진할 수있도록 지원해주는" 장학금이기 때문에, 부를 축적한다거나, 취미삼아 쇼핑을 한다거나 할 정도의 돈은 아니다. (물론, 그러라고 주는 돈도 아니니, 그런 흑심을 품으면 학생으로서 옳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집세.공과금.교통비 내고, 식비로 쓰고 나면 매달 돈이 조금씩 남는데, 그건 잘 모아두었다가 외국 학회에 갈때 혹은 한국에 갈때 여행비에 보태 쓰곤 한다. 

이처럼 "받은대로 쓰면 딱 맞는 삶"을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나보다. 또한 빡빡한 대학원 공부 켁켁거리며 해 나가려다 보니, 여유로움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친구의 선물을 받고, 베푸는 마음. 감사 하는 마음이 현재의 내 삶에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자숙하게 되었다. 사실 베푼다는것이, 나누며 산다는 것이, 꼭 부유해야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말이다. 사실, "부유함"의 정의 마저도 내가 내리기 마련이니까...

우리 동네 맛있는 빵집에 가서 빵 몇개 담고, 1불이면 사는 thank you 카드 사다가 정성껏 편지 써서 고마운 이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것은 현재 학교에서  장학금 받는 나도 충분히 할수있는 일이지만, 그런 따스함 없이, 지금까지 4년의 유학생활을 애석하게도 건조하게 살아왔다. 

오늘 내가 선물 바구니를 앉고 받았던 행복을 떠올려 보면,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정성으로 감동을 준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다. 더 적게 소유하고, 더 많이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은 여유없는 대학원생의 삶에 참 고마운 가르침이 찾아온 감사한 날이다. 

   

 



     

Posted by 영아!

유학생에게는 다양한 생존 능력이 요구 된다. 

새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에 나보다 잘난 놈(?)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 들이는 능력, 더 나아가 비교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며, 요리 능력도 처음에 상상했던것 보다는 너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떠나 유학생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생존 능력 하나를 말하라고 한다면, "혼자 잘 지내는 능력" 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대학원 생활은 많은 부분, '제가 계획하는 대로', 더 쉽게 말하면' 제 멋대로' 살수 있다. 

우리 학과의 경우 출.퇴근 시간, 연구 하는 양, 노는 날도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점심 시간도 따로 없고, 외국 학회 참석 후 일주일 정도 더 놀다 와도, 혼내는 사람도 없는듯 하다. 

가족과 함께 살아 가지 않는 한, 학교에서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혼자가 된다. 혼자 맞이하는 저녁상, 혼자 보내는 주말, 혼자 남겨지는 방학... 친구들을 사귄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던 한국에서의 삶과는 비교하기 힘든것 같다. 

어제부터 일주일간의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오빠는 학회 참석으로 집을 비웠고, 혼자 이틀을 보내면서 생각이 들었다. 혼자 된 삶을 온전히 가꾸지 못해 4년째 얼마나 스스로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혼자만 되면, 자기 통제가 안되는 어린 아기도 아니면서, 간식을 왕창 먹는다든지, 전신이 굳는 느낌이 올때까지 찌그러진 자세로 쇼파에 구겨져 책을 본다든지, 불필요한 웹서핑을 한다든지, 여하튼 참으로 스스로 꼴보기 싫은 모습을 많이 연출해 낸다. 안해야지 안해야지 하지만, 또다시 혼자가 되면 나쁜 습관에 다시 한번 스스로 굴복하게 된다. 다행히 한국 TV에는 관심이 없는데, 친구들 중에 혼자 된 시간을 한국 TV 를 시리즈로 시청하며 채워가는 이들도 꽤 많이 있다.

누구나 혼자가 되면 의지가 약해 지고, 그 누구도 지켜보지 않을때 자신을 아름답게 잘 가꿔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삶의 자유도가 높고, 혼자된 시간이 많은 유학생활, 그리고 근본적으로 늘 그리움과 헛헛함, 그 무언가 채워 지지 않는 휑한 공간을 가슴에 앉고 살아가야 하는 유학생에게는 혼자 잘 지내는 능력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오빠의 직업 인터뷰가 계속되고 있다. 자꾸 서쪽으로 인터뷰를 가는 것 보면 내년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건 꽤 확실시 되는듯 하다. 내년에 난 박사 마지막 해.. 우수한 논문을 써야지 하는 야망 보다, 직장을 잘 구해야지 하는 소망보다, 혼자 되었을때 내 스스로를 지금보다는 더 아껴 주고, 성숙하게 매 순간 나를 잘 가꿔 갈 수 있는 사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지 다짐을 해 본다.  

      

Posted by 영아!
저희는 자주 집으로 친구를 초대합니다. 주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복잡한 식당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는 마음도 불편하고, 외국친구들에게는 집에서 한 한국 음식을 소개 해 줄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집에서 한국 음식을 함께 먹는것을 좋아합니다.

몇년간 친구들을 초대 하고, 또한 외국인 친구 집에 초대 받기도 하면서, 우리와 다른 재미있는 초대 문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그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섣불리 일반화를 할 수는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1. 직접 만든 음식을 들고 & BYOB - Bring Your Own Beer 

외국 친구를 초대 하면 늘 무엇을 가져갈지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상식으로 초대한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후식이나 에피타이저 등을 초대 받은 사람이 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희가 초대를 받은 경우 "그저 몸만 오세요."라고 전해 들은 적은 없는 걸 보아, 이것이 이곳의 문화인것 같습니다.  어디서 사 오기 보다는 케잌, 달콤한 후식 등을 직접 만들어 온답니다. 

초대한 집에서는 장소만 제공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나씩 음식을 다 들고 오는 파티도 있는데 Potluck 이라고 합니다. 제가 한번 했던 실수는 potluck 에 30-40명이 온다길레 그 정도 사람들이 다 맛은 볼 수는 있을 정도의 양을 해 갔습니다. 그랬더니 제 음식이 제일 거대하더군요.. 40명이 온다고 40인분을 하는게 아니라, 온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걸 골라 먹는 파티'의 개념인것 같았습니다. 양은 적게, 그러나 다양하게 차려 놓고 먹는 파티 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대시 음식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하면 BYOB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즉 술이나 음료수를 사 오는 것인데 (Bring Your Own Beer 이며 bottle, beverage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내가 마실 만큼만 사오는 것이 아니라 좀 넉넉히 사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큰 파티에서는 donation을 요구하다?! 

저희 집에서 추석 음식을 해서 친구들을 여럿 부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많다 보면 시장비도 만만찮답니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하는 초대이니 만큼, 시장비는 생각치 않고 넉넉히 장을 봤었는데, 파티를 마치고 한 친구가 제게 물어 봅니다. 정말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donation을 얼마 하면 되겠냐고. 깜놀 했습니다. 초대는 초대한 사람이 당연히 책임지고 하는거라 생각했는데 왠 donation? 괜찮다고 괜찮다고 적극 donation을 거부하며 친구들을 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친구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습니다. 초대장에는 음식을 자기가 준비할테니, 음료수를 가져오도록 하고, 일인당 donation을 10불씩 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초대하여 음식을 준비하면 이렇게 요구할 수도 있는거구나... 우리 정서와는 잘 맞지 않아, 아직 한번도 donation을 요구해 본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진 않구요^^ 왠지 불편할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외국 친구들이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donation을 요구한다고 놀라진 마세요. 

3. 각양각색의 알레르기 

요즘은 한국에서도 채식주의자 분들이 많아 졌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 다른 사람 집에 초대를 받았을때, 음식 알레르기가 있느냐, meal preference 가 있느냐고 물어보거나 물어봐 졌던 적은 한국에서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국 사람이라면 좋아할 적당한 음식 을 그득 차리는 것이 초대였죠. 

이곳 사람들이 한국인들보다 각종 알레르기가 많은 까닭일까요? 반드시 알레르기와 meal preference 를 물어 보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이곳 실상을 잘 몰라, 초대를 할 때 vegetarian인지 정도만 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랄 만큼 세부적인 알레르기, 못먹는 음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흔한 땅콩 알레르기 부터, 참깨 알레르기(한국음식으로 차릴땐 상당히 조심해야 했던 경우 입니다^^), 글루텐 알레르기, 특정 야채 알레르기가 많았고, 고기도 풀먹고 자란 고기만 드시는 분, 고기를 죽일때 그 방법이 잔인하지 않았다는 마크가 붙은 고기만 드시는 분등 참 다양했습니다. 

제 실수담 하나를 추가 하자면, 어떤 미국인 여자분이 매운 음식을 못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음식 중 탕수육이 포함되어있었는데, 노랑, 빨강 피망과 함께 초록색 피망을 썼습니다. 피망중 초록색은 매운맛이 강해서 못드신다고 하더라구요. 한국 사람 중에서는 매운걸 잘 못먹는 저 이지만, 초록 피망에 매운맛이 있다는 것 조차 몰랐기 때문에 정말 놀랐었는데, 그런 미국 분들이 꽤 계시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대를 할때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레르기, 못드시는것을 잘 물어야 하는것 같습니다.    

4. 너무 미안한데, 화장실 좀 써도 되겠니? 

다른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때 저 스스로는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좀 가르쳐 줄래?" 라고 물어 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 오는 서양 친구들 마다, 모두다 "정말 미안한데, 화장실좀 써도 실례가 되지 않겠니?"라고 묻습니다. 왜 생리적 현상을 미안해 하는지, 왜 화장실을 양해를 구하고 써야 하는지 의아했지만, 이것이 이 사람들의 방식임을 이해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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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 다르고, 적응해야 할 점도 많지만, 초대는 늘 참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특히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 저것 한국 음식을 외국 친구들 한테 많이 선보였는데, 한국 음식을 맛있다고 친구들이 아주 잘 먹고, 레시피를 적어 달라고 하면, 한국 문화의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그들에게 알려 준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너무 한국 적인 음식도 외국인 친구들이 참 잘 먹는답니다. 매운맛이 별로 없는 불고기, 잡채, 궁중떡볶이, 파전/감자전, 비빔밥, 탕수육, 수제비, 떡갈비, 식혜등은 많은 친구들이 좋아했고, 사실 그런 것들은 좋아할 것 같다는 건 예상이라도 했지만, 꽤 친한 친구들에겐 발칙한 실험정신(?)으로 감자탕, 육개장, 골뱅이 소면, 보쌈, 짬뽕 등을 들이 밀어 봤는데, 이런 진한 한국의 맛도 너무너무 좋아했답니다. 

대화로도, 음식으로도 매 순간 서로의 다른 문화를 깨닫고 공유하며 살아가는 미국 유학생활의 단면이었습니다. ^^  
      
  
Posted by 영아!
이번주 월요일에 돈 안들이고 하는 영어 공부법 하나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영어 공부 제대로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구체적 영어 공부법은 꾸준히 하나씩 포스팅하고 있고, 지난번과 오늘 글은 새해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에 힘을 실어 들이고자, 다른 글들보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방법론적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더 구체적인 방법들은 영어 학습 자료 카테고리를 참고해 주시고, 앞으로도 그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돈 안드는 영어 공부법부터 출발하겠습니다.

(3)공짜로 단어 외우고, 외운 단어 안 잊어버리는 방법 
영단어 자료는 세상에 널렸습니다. 무료 온라인 사전도 너무 많으며, 서점에 가서 "영어 단어장"을 찾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며, 게임등의 재미난 방법으로 영 단어 학습을 도와 주는 프로그램도 아주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단어 공부를 위한 단어 공부를 하지 마십시요"

단어장을 살 필요도 없고, 단어 학습 프로그램을 돈주고 다운 받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읽기.듣기.말하기.쓰기.단어 학습을 위한 자료가 하나로 통합될때 가장 학습 효과가 좋습니다.

언어학 분야에서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눈으로 보면서 단어:뜻만 외우게 했고, 한 그룹은 단어:뜻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면서 외우게 했고, 다른 그룹은 단어를 보고, 손으로 쓰면서 소리를 내면서 외우게 했고, 마지막 그룹은 보고, 쓰고, 소리내어 말하며, 단어의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며 외우게 했습니다. 단기 암기 효과에서는 그룹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장기 암기의 효과는 뒷쪽 그룹으로 갈수록 월등히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가 말해 주는 것은 다양한 감각 기관과 방법, 다양한 컨텍스트가 함께 작용할때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입니다.

외운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 단어 하나의 의미가 여러가지 클루와 엮여 있어야 합니다. 그 "여러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은 바로 글의 문맥 입니다.

뉴스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웹에 있는 어떤 글이든, 본인이 재밌어 하는 분야의 짧은 글을 하나 선택 하십시요. 그리고 보통 CNN, ABC등의 뉴스를 많이 보시는것 같은데, 관심있는 학교 홈페이지도 아주 좋은 자료랍니다. 특히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유명한 학교 홈페이지에서 그와 관련된 글을 읽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글을 선택한 후, 충분히 읽고 글의 문맥을 통째로 이해하십시요. 이 때 분명 모르는 단어가 나올 것이고 그 단어를 바로 그 문맥 내에서 암기 하는 것입니다. 단어의 뜻을 찾은 후 새로 알게 된 그 단어만 영어로 발음하며 문맥을 소리 내어 되뇌어 봅니다. 오늘 저희 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뜬 기사의 첫 문장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http://web.mit.edu/newsoffice/2011/stable-continents-0106.html 

New data finds regions of North America have remained extremely stable for more than one billion years.      

모르는 단어만 영어로, 다른 부분은 한국말로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문장을 이해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다음 넷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데이터가 찾아냈는데, 그 찾아낸 것은 북 아메리카의 regions이 remained 해 왔다는 것이며, 어떤 상태로 remain해 왔냐면 아주 stable 하게, 그것도 billion 년 넘게 그래왔다는 것을 찾아 냈다.

(문장 해석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앞에서 부터 뒤로 쭉~ 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신 분이 있으신지요? 영어 문장 올바르게 해석 방법과 관련된 글도 조만간 꼭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단어를 찾습니다. North America가 지역이므로, 그 쪽의 "regions"이라고  통째로 덩어리를 암기 합니다. billion 이 엄청 긴 숫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오랜 기간 동안 변화 없이 "stable"하게 "remained" 해 왔다고 외웁니다.

이런 식으로 암기한 단어는 통째 문맥이 단서를 제공하므로 잊어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찾아 내어, 소리 내어 읽고 단어를 찾은 후 그 문맥을 다시 한번 모르는 단어를 영어로 소리 내어 말하며 외우는 방법을 돈 안드는 효율적 영어 방법 중의 하나로 추천 합니다. ^^

다음 번에는 돈 좀 써야 하는 영어 공부 법을 포스팅 하겠습니다.    

  

Posted by 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