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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IR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안, 부활절(Easter Day) 연휴를 맞아 기내는 매우 혼잡하지만, 마음은 학회를 떠나기 직전보다 한결 가볍습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과 타성이 새로운 활력으로 대체된 느낌입니다. 가끔 연구라는 행위 자체, 혹은 연구 주제에 대한 회의가 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제 한번 제대로 해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때 전세계가 화상통신으로 연결가능한 시대에 왜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야 하는지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학회를 참여할때마다 그 경험이 가져다주는 transformative한 효과에 놀라게 됩니다. 오늘은 이런 컨퍼런스의 매력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컨퍼런스의 매력

학술 컨퍼런스에서 경험힐 수 있는 것은 최신 연구성과에 대한 발표, 자신의 연구에 대한 피드백, 다른 연구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지역과 문화 등입니다. 이들 각각도 중요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예컨데 컨퍼런스 논문과 발표 슬라이드는 곧 온라인으로 공개되고, 요즘은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등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합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경험을 원한다면 그냥 여행을 가면 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이중 어떤 방법으로도 컨퍼런스 참석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컨퍼런스 참석이 가지는 효과는 이 모든 일이 동시에, 그것도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발표를 하거나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다른 대륙에 사는 동료들과 만나 근황과 생각을 접하고, 또한 이 대부분의 일들이 낯선 (그리고 보통 멋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차원의 새로운 경험이 마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이것이 어떤 임계치를 넘으면서 뭔가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자기주도적 참여

하지만, 컨퍼런스라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행사에, 밤에도 모임의 연속입니다. 시차까지 있는 경우 정신을 차리고 있기도 힘이 들테니, 컨퍼런스를 즐기기보다 '견디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의욕에 넘치는 저학년 대학원생이) 범하기 쉬운 실수는 자기 목표와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세션에 참여하는 등 무조건 주어진 일정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전 준비를 통해 논문 내용을 미리 파악한 후에도 모든 발표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의 분야과 관계가 없는 발표까지 무리해가며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종일 발표만 듣다보면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나중에 기억나는 것도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발표만 듣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보통 4개정도의 논문이 발표되는 각 세션에서 발표 하나 정도를 건너뛰었습니다. 이렇게 마련한 시간동안은 휴식을 취하거나, 이미 들었던 발표내용 중 궁금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을 되짚어봅니다. 이렇게 하면 중요한 발표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제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한 적도 많습니다. 

언젠가 더 자세히 쓰고싶은 주제이지만, 연구라는 창조적인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인 것 같습니다. 배우고 듣는 만큼 표현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종일 듣기만 하면 나중에 머리가 멍해지곤 하는데, 발표 도중 취하는 휴식이 이를 막아줍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네트워킹보다는 프랜딩

모든 종류의 정보를 클릭 하나로 다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니, 컨퍼런스 참석의 중심 목적은 역시 직접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데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통이 처음에는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 만나는 외국 사람과 말을 트는 것도 그렇고, 컨퍼런스의 리셉션 등 많은 행사가 서양식으로 (스탠딩 파티)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어색한 점이 많습니다. 

이렇게 낯선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과만 이야기하거나, 혹은 인맥(?)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가급 연구가 옆에서 질문 세례를 퍼붓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이나 너무 적극적인 것이나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소극적인 태도로는 얻는 것이 없고, 지나친 적극성의 결과로 서로 피곤해지고 예의에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컨퍼런스까지 왔으니 새로운 (그것도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관심사를 나누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목표'에 치중하기보다는 과정을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꼭 OO와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옆자리에 앉거나 줄을 서거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이어 가는 것입니다. 굳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상대가 있는 경우, 그 사람이 발표(혹은 진행)하는 세션을 찾아가거나, 알만한 사람에게 소개를 부탁하면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들 대가급 연구자와 인사를 주고받는 것 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과 관심사를 가진 동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난 동료들에게서 논문 리뷰를 받고, 웍샵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컨퍼런스는 성장의 기회

위에서 밝힌대로 컨퍼런스는 활용하기에 따라 연구자로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관련 분야의 최신 결과를 접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친구를 만나 대화하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풍물을 접하고… 이런 경험을 며칠간 하다보면 '대학원에 오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컨퍼런스, 많이 다니고 잘 활용합시다! 지반번에 올린 컨퍼런스 준비에 관한 글도 참조하세요. 

p.s. 컨퍼런스 참석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좋은 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Posted by LiFiDeA